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8

<꼰대 전상서 18> 꽃구경가는 길, 어느 퇴직 가장의 이야기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는 무대 뒤편으로 물러난다. 아직은 조금 더 무대 위에 남아 있고 싶지만 그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현대판 고려장을 당하듯이 뒷방 삼식이가 되어간다. 퇴직자 A 씨를 멀리서 지켜보면서 그의 모습을 관찰해보자. 1. 어머니, 꽃구경가요 2016년 10월, 세종 문화 회관에서 있었던 장 사익의 공연. 목소리를 잃었다가, 회복되어 갖는 첫 공연. ‘장사익 노래 판’이라는 제목에 "꽃인 듯 눈물인 듯"이 부제로 열린 2시간의 공연. 장 사익, 나는 지금까지 그를 올바르게 정의하지 못했고 그냥 국악 스타일의 소리꾼 또는 대중 가수 정도로 이해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어 본 그는 "창"하는 국악인도, 그렇다고 가요를 부르는 대중 가수와는 결이 다른 존재였다. 세션으로 등장한 악기들은.. 2025. 5. 2.
<꼰대 전상서 17> 너~나 잘 하세요 올드 보이 이후 박찬욱 감독 작품인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는 말한다. “너나 잘 하세요” 유괴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13년을 복역한 후 출소하는 금자는 하얀 두부를 건네며 마중 나온 전도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부조리에 대한 통렬하고, 울림이 큰 비웃음의 일갈이다. 풀어 이야기 하면 “나는 이렇게 살 테니까, 오지랖 부리지 말고, 당신은 제 갈길 가시라”는 말이다. “가식 떨지 말고 당신의 앞가림이나 제대로 하라”는 도전적인 언사이다. 또는 “ ‘너’나 ‘나’ 나 별볼 일 없는 그렇고 그런 사람이니, 잘난 체 하지 말라”는 경구이다. “~척”이나 “~체” 하지 말라는 이야기 이다. 가슴 아픈 이야기다. 상대방의 의도에 대한 존중은 온데 간데 없고,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편향적.. 2025. 4. 25.
<꼰대 전상서 16> 대중교통의 무법자- 불감증 치료학과가 필요한 이유 나는 ‘뚜벅이’고 ‘뚜벅이’가 좋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며 세상을 보는 재미도 솔솔 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주로 이용한다. 그러나 무척이나 힘이 든다. 대중교통에서 무법자들로부터 살아남아야 하며, 그들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 진정 삶이 고해 (苦海)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에는 새로운 학과가 필요하다. 그 이름은 '불감증 치료학과'이다.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지 못하는 불감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학과가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긴급하게 말이다. 1. 버스 or 전철 차를 갖고 출퇴근 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교통 체증과 주차 문제 등 머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으며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늦은 밤 택시를 타기 위해.. 2025. 4. 23.
<꼰대 전상서 15> 나도 시금치는 싫어 -취향도 나이 먹는다, 편식과 꼰대 사이 편식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을 가려서 특정한 음식만 즐겨 먹는다”는 것이다. 즉 안 먹는 것과 즐겨 먹는 것이 존재한다. 즉, 안 먹는 것도 편식이요, 즐겨 먹는 것도 편식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경우에는 취향이고 타인이 하면 편식이라고 판단한다. 취향과 편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1. 편식은 누가 정한 기준일까?-입맛의 자유, 선택의 문제를 규정짓는 시선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유아기 시절부터 누구랄 것도 없이 안 먹는 음식들이 있다. 나물, 채소, 깻잎, 특히 요즘 아이들은 오이를 먹지 않는다. 오이는 아무런 맛이 없다는 것이다. 김밥을 먹을 때 오이나, 시금치 등을 빼놓고 먹는 아이들을 보면, 입이 간질간질 해진다. 반면 예외 없이 치킨, 피자, 치즈, 소시지, 스팸, 콜라 등은 누구나 좋아한다.. 2025. 4. 21.
<꼰대 전상서 ⑭> 우리는 모두 전 (前)씨가 된다, 퇴직 이후의 정체성과 이름의 유통기한에 관하여 호칭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 모두는 전 (前) 씨가 된다. 우리는 '팀장님’, ‘부장님’, ‘사장님’ 증 이름보다 직급이나 호칭으로 불리는 것에 익숙하다. 이 호칭은 단순한 직무 구분을 넘어, 어떤 사람의 존재 가치와 위계를 드러낸다. 문제는, 이 호칭이 사라지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잃은 듯한 공허함을 느낀다는 점이다. 퇴직 후에도 “전무님” 소리를 그리워하고, 심지어 골프 모임에서도 “상무님”으로 불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름이 아닌 호칭으로 정체성을 증명하게 된 걸까? 철수야 라고 부른다면? 45세인 ‘이 철수 부장’은 A물산 기획팀의 책임자이다. 어느 날 신입 사원인 ‘홍 길동 주임’이 그에게‘철수’라고 불렀다고 가정해 보자.야자 타임도 아닌데 말이다. 어떤 일이 발.. 2025. 4. 19.
<꼰대 전상서 ⑬>문제는 언제나 '나' 말고 '너' 때문? - 문제는 그게 문제야 사전적 의미로 문제란 "골치 아픈 상황"이다. 그렇다면 아주 아픈 질문 하나 던져보자. 골치가 아픈 건 누구인가? 바로 ‘나’다. 상황이 어떻든 간에 ‘내가 불편하다’는 것이 핵심인데, 우리는 언제나 이 불편함을 외부에 투사한다. “네가 문제없다고? 그게 제일 큰 문제야” “너 진짜 문제 있어?”“아니, 그 녀석이 문제야.”“내가 뭐 어쨌다고?” 세상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고, 문제를 자기 탓이라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늘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마치 반사 신경처럼 이렇게 말한다. "쟤가 문제야." 혹은 "그 상황이 말이 안 되지."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딘가엔 '진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듯이 끊임없이 주변을 훑는다. 근데 말이다, 정작 그 문제의 근원은 늘 눈앞에 있다. "세상 .. 2025.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