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을 가려서 특정한 음식만 즐겨 먹는다”는 것이다. 즉 안 먹는 것과 즐겨 먹는 것이 존재한다. 즉, 안 먹는 것도 편식이요, 즐겨 먹는 것도 편식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경우에는 취향이고 타인이 하면 편식이라고 판단한다. 취향과 편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1. 편식은 누가 정한 기준일까?-입맛의 자유, 선택의 문제를 규정짓는 시선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유아기 시절부터 누구랄 것도 없이 안 먹는 음식들이 있다. 나물, 채소, 깻잎, 특히 요즘 아이들은 오이를 먹지 않는다. 오이는 아무런 맛이 없다는 것이다. 김밥을 먹을 때 오이나, 시금치 등을 빼놓고 먹는 아이들을 보면, 입이 간질간질 해진다. 반면 예외 없이 치킨, 피자, 치즈, 소시지, 스팸, 콜라 등은 누구나 좋아한다. 누가 특별히 가르친 것도 아닌데 말이다.
2. 뽀빠이의 시금치와 어머니의 기대 - 어린 시절의 식탁 위 권위는 왜 시금치였을까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꾸중을 듣는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가 편식이다. 먹지 않는 음식은 시금치였고, 어머니들이 먹이려는 음식 또한 시금치였다. 뽀빠이 (Popeye) 만화 영화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그 당시의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시금치를 많이도 먹이려고 노력하였다.뽀빠이 만화 영화도 미국 아이들에게 시금치를 먹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던 시절이었다. 선원 복장을 한 뽀빠이는 삐쩍 말랐고, 위엄 있게 생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 올리브가 위기에 처하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온다. 그리고는 시금치 통조림을 열고 입 안에 털어 넣는다. 그러면 괴력을 발휘하여 일순간에 헐크로 변하여 거대한 체구를 가진 부루터스를 통쾌하게 무찌르고 연인을 구출하는 포맷이 무한 반복되는 만화이다.
3. 편식도 자라면 ‘취향’이 된다-혼날 걱정 없는 어른의 식단, 그리고 계란프라이
어려서는 없어서 못 먹었지만,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계란이다. 그 중에서도 계란 프라이다.농담으로 혹시 제사를 지낸다면, 꼭 계란 프라이를 제사상에 올리라고도 했다. 나이 들면서 정말로 편해진 것이 하나 있다. ‘계란만 편식한다’에서 ‘계란이 선호 음식’으로 탈 바꿈 한 것이다. 꾸중을 하는 존재가 없진 않지만, 상당히 편하다. 대신 기호 식품이나 식성이 이렇다고 떳떳하게 그리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자유롭다. 나의 편식이 나의 기호가 되어 버린 것이다.
4. 세대 갈등은 취향 차이의 다른 이름 -선호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꼰대를 피하는 지름길
이것을 우리가 만들어 가는 관계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꼰대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그들이 선호하는 것이고 편식의 대상이라고. 젊은 세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들이 편식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그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우리는 세대별 규정된 프레임 속에서 그들을 판단하고 규정짓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그것도 당사자 모두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관점과 시각을 바꾸어 보아야 한다.
5. 꼰대 탈출의 첫걸음은 자기 기억 복기하기 -당신도 싫어했잖아요, 그 나물들
누구의 관점으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안 먹는 것이 편식이고, 잘 먹는 것도 편식의 대상이 된다. 모든 것이 부모의 렌즈를 통해 투영되는 피사체이다.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기억을 되살려 보자. 그들이 어릴 때 편식하며 먹지 않았던 음식들을, 그들의 자식, 후배들도 싫어한다. 자신도 안 먹었던 것들을, 그들에게 편식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지 말자. 그러면 꼰대 취급받는다.무엇이든 나이나 직급의 힘을 빌어, 자신의 과거를 포장하지 말자. 그들도 안다. 과거에 그들도 시금치나 채소, 나물을 먹기 싫어했다는 것을.
더 강력한 이야기를 해보자. “공부 좀 열심히 해라”. “그래서 대학은 가겠니?” “어쩌려고 그러니?”라는 부모의 말을 일언지하에 처단할 수 있는 말 한마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엄마, 아빠는 공부 잘했어?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지 성적표 좀 보여줘 봐”.이러한 사태까지 발전하지 않도록,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그들 또한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그것이 꼰대 탈출의 좋은 방법이다. 그래도 나는 계란 프라이가 좋다. 시금치 보다는.
6. 취향 존중은 ‘먹지 마라’가 아니라 ‘강요하지 마라’ -뽀빠이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선언
정철 작가는 [세븐 센스]에서 이렇게 말한다.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면 엄마는 편식한다고 나무랐을 것이다. 네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면 엄마는 아이스 크림을 집에 사다 놓는 법이 없을 것이다. 네가 시금치를 싫어하며 엄마는 시금치를 먹어야 뽀빠이가 된다며 억지로 입에 넣어 줬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먹기 싫은 음식은 억지로 먹지 마라. 먹기 싫은 것을 먹느니 차라리 나이를 먹어라. 어른이 되는 순간부터 너의 편식은 식성으로 대우받게 된다.
여기에 한 가지만 더 덧붙이자. 당신이 좋아하는 식성이란 그 음식을 당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게 당신의 식성이라면, 타인의 좋아하는 음식, 그의 식성은 다를 것이라고. 각자의 식성은 다르기 때문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설령 뽀빠이가 되지 못하더라도, 나도 먹지 않는 시금치를 강제로 입안에 넣어 주어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취존 (취향 존중) 합시다. 그래야 취존 받습니다.
- 저자
- 정철
- 출판
- 황금가지
- 출판일
- 200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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