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꼰대인가요?" 라고 물으면 눈을 흘기며 답한다. "꼰대는 아니라고" 가끔 '절대'라는 강한 부정어까지 동원하여 자신이 꼰대임을 부인한다. 그러나 "당신의 조직에 꼰대는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꼰대란 이런 것이다. 자신이 꼰대임은 모르고, 부정하나, 자신의 눈에 보이는 이들은 꼰대로 치부하며 그렇게 구분해 버린다. 꼰대는 투명인간인가?
1. 대한민국, 꼰대 공화국
작금의 대한민국은 꼰대 열풍이고 꼰대 전성시대이다. 어느 순간부터 이 나라에는 꼰대가 차고 넘치기 시작했다. 종전에는 치기 어린 가벼운 수준의 은어였으나 이제는 너무 심각하고 무거운 단어로 탈바꿈하였다. 종전의 학교 선생이나 부모를 지칭하는 대명사에서, 이제는 주 대상이 직장 상사가 되어 버렸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예전과 비교할 때, 현세에 이르러 갑자기 어려워 진 것인가? 아님 모든 직장 상사들이 갑자기 꼰대라는 전염병에 걸린 좀비가 되어 버린 것일까?
직장인의 애환을 주제로 다수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양치기’ 작가의 한 작품을 살펴보자. 한 회사원이 병원을 방문한다 “속이 더부룩하고 메스껍고 소화도 잘 안되고 헛구역질이 나요” “장이 안좋습니다” “네? 십이지장? 위장? 대장?” “아뇨. 과장, 부장, 직장”. 무언가 씁쓸하다. 그의 작품 중에 등장하는 직장 상사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꼰대 모습의 전형이다.
강의 때, 시간이 허락하면, “꼰대란 어떤 사람들인가요?” 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대답은 쉽게 나온다. 대부분 ‘권위적이고, 매너 없고, 폭력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며, 과거 지향적이고, 직장내 갑질을 하는 존재’의 이미지로 표현된다. 한편 “꼰대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멈칫한다. 외형적인 꼰대의 이미지는 쉽게 떠올리지만, 그 원인에 대해 답하기는 쉽지 아닌 듯싶다.
2. 왜, 어떻게 꼰대가 되어 가는가?
왜 꼰대 전성시대가 되었는가? 왜 그리고 어떻게, 꼰대가 되어 가는가? 에 대한 질문과 성찰 이야 말로 문제가 있다면 해결책을 찾는 출발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흔히들 이야기 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잘 이해한다고 그들이 ‘꼰대 탈출’을 할 수 있을까?
우선 꼰대라는 존재는
첫째 ‘나’보다 나이가 많고, 사회적으로 용인된 권위나 직위가 높은 존재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 갈수록 그리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그런 사람이 된다는 논리는 일리가 있다. 그들은 이 나이나 직급을 마치 부여 받은 권력으로 생각하여 타인을 통제 가능한 존재로 여기며 권위를 인정받으려 애쓴다.
둘째, 사회 학자들은 “사회와 조직 문화”를 원인으로 이야기 한다. 대한민국 고유의 특성 중 하나인 가부장적 사회 구조, 군대 문화 등을 중요한 원인으로 들고 있다. 혹자들은 식민지 문화, 군부 독재, 그리고 단기간의 산업화 등도 부가적 요인으로 꼽는다.
셋째, 기성세대들의 변화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도 일조하는 듯하다. 초라해지는 본인의 위치와 존재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의 반작용일 수도 있다. 또한 익숙한 프레임 속에 안주하려는 안이함도 일조한다고 본다.
그런데, 무언가 부족하다. 근래에 꼰대라는 존재가 급증하고 있음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들을 꼰대라고 부르는 이들에 대한 고찰도 필요해 보인다. 그들은 과거 세대와 비교하여 아주 별종의 존재들이다. 태생적으로 그들은 기술 발전 혜택의 수혜자이며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사고와 행동을 한다. 과거와 소통의 방법도 상이하다. 통념상의 권위를 용인하지 않는다. 즉, 나이나 직급이 높으면 과거 세대들이 당연하다고 인정했던 권위에 대해 그들은 인정하지 않으며 부당할 경우 저항을 한다. 무조건적 순종이나 복종의 DNA는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다.
눈에 띄는 서베이 결과는 상사의 조언과 관련한 그들의 반응이다. 엠브레인의 <꼰대 관련 인식 조사> 에 의하면 20대들은 꼰대를 결정짓는 요소로 ‘오지랖’을 제 1순위로 들고 있다. 즉, 시도 때도 없는 간섭이나 조언은 사양하며, 오지랖만 넓은 존재로 치부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조언은 본인들이 필요할 때에만 해달라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으면 꼰대라는 것이다. 그들은 과거 세대와는 달리 본인과 다른 존재의 괴리감을 꼰대라는 단어로 치부하곤 한다. 따라서 과거와는 달리 꼰대의 숫자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위에 설명한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본 꼰대가 되는 원인들도 무언가 부족함이 있다. 상이한 사회 환경 속에서도 모든 세대 연대기 속에 꼰대는 항상 존재해 온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까지의 연대기 속에서 무한괘도처럼 반복되는 상황에 대한 답을 얻을 수가 없다. 세대 차이로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허기가 지다. 또한 동일한 조건하에서도 그러하지 않은 사람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3. 에고 (Ego) 그리고 셀프 (Self)
시인과 촌장은 ‘가시 나무새’ 라는 곡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이 없네. 내속엔 헛된 바램 들로 당신의 편한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 나무숲 같네” 즉 인간에게는 내가 아닌 또 다른 존재의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에고 (Ego)와 셀프 (Self)라고 한다. 에고 라 함은 관념, 인식, 생각, 경험에 의해 자각되는 ‘나‘ 이며 타인과 사물에 대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나’를 말하는 것이다. 에고는 그 ‘나의 판단’으로 상대방을 재단하고 평가하며, 늘 상대와 갈등과 긴장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나의 관점’에서 상대를 평가하기에 나도 상대방도 편하지 못하다. 또한 타인으로부터의 평가 및 인정에 민감하여 항상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나’라는 색안경을 쓰고 ‘나’를 제외한 타인과 세계를 바라보고 판단한다. 이러한 에고의 특징은 자기 중심적 성향, 권위주의, 경쟁 성향, 두려움 등의 꼰대 성향과 일치 한다.
반면 셀프는 어린아이의 순수함 자체이며 자유로운 본래의 자아이다. 따라서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고, 쉽게 상처 입지 않고, 타인의 칭찬이나 비난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인정 욕구에서 벗어날 수 있고, 타인의 시선이나 판단에 좌우되지 않는다. 수도자 들이나 수도승 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단계가 아닐까? 즉 도를 닦거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인 셀프의 단계에 도달하는 것은 아닐까?
4. 우리 모두는 꼰대이다. 본성인 에고 (Ego) 때문이다
현대 과학과 기술의 힘을 빌어 꼰대를 예방하거나 완치시키는 신약이 개발된다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그 면역 체계가 형성될 수 없게 태어났으며, 꼰대라는 증상은 완치가 불가능하며, 평생 증상을 완화 시키는 방법 밖에 없는 만성 질환이다. 바로 인간의 본성인 에고 (ego) 때문이다. 어느 순간이나 욱하며 올라오는 에고 라는 것은 항상 “에고 머니나” 하고 우리들을 당황 시킨다. 또는 미국식 발음으로는 ‘이고’ 이다. 어쩌면 평생 ‘이고 지고’ 가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인간의 질병과는 달리, 에고를 치료하거나 완화시킬 약은 불행하게도 없다.
대화를 할 때에 우리는 상대방의 논리나 이론을 깨려는 생각을 하며 듣고 있다.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고, 나를 따르게 해야 한다. 타인을 통제하려고 하고, 주목과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이러한 욕망들이 바로 에고인 것이다. 이러한 에고는 나이가 들수록, 직위가 올라갈수록 강화된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틀린 존재로 판단하는 것도 이 에고의 덕택이다. 남을 비판하고 통제하려는 것도 마친가지이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꼰대가 되어 가는 것이다. 누구라도 꼰대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예외 없이 꼰대인 것이다. 따라서 꼰대 면역을 생성하는 예방 주사나 완치시키는 치료약은 없다. 당연히 그러하다. 타고난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꼰대의 행동, 즉 ‘꼰대 짓’이 당연시 될 수는 없다. 꼰대 짓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증상을 완화 시켜주는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셀프의 단계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생 수도를 통해서도 이르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에고를 여하히 조절 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에고 정도의 차이에 따라, 노력의 정도의 따라 꼰대력은 좌우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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